실리콘밸리의 농업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 300개의 수직농장을 중국에 짓는다.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2억달러(22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유명해진 ‘플렌티’가 주인공이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플렌티의 공동창업자인 맷 바나드 플렌티 CEO는 지난 1월17일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바나드 CEO는 “대도시 거주민들이 신선한 채소를 즐길 수 있도록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수직농장 신선채소 체험 센터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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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와 슈미트가 선택한 스타트업 플렌티

플렌티는 사모펀드에서 일하던 맷 바나드 CEO와 작물학자인 네이트 트로이 CTO 등이 2014년 창업한 회사다. LED 조명으로 만든 벽면에서 작물을 기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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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수직농장들이 수평 선반을 층층이 쌓아올린 형태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플렌티의 수직농장은 벽면을 활용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적용됐다. 지름 4인치의 파이프 내부에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 습도와 온도를 자동으로 점검한다. 물과 양액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한번 소비된 물은 재활용한다. 회사측은 전통적인 농장에 비해 공간 대비 생산량이 350배나 되는 반면 물 소비량은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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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플렌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부에서 5만㎡ 규모의 실내 수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봄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기존 수직농장보다 2배 큰 10만㎡ 규모의 농장도 지을 계획이다. 45만 파운드(204톤)의 채소를 매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18만3000명을 먹일 수 있는 양이다.

플렌티는 20피트(약 6m) 높이의 LED 조명 기둥을 만들어 채소를 키운다. 허브와 케일, 겨자 잎 등 기둥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한다. 물은 필요하지만, 흙과 농약은 필요가 없다.

플렌티는 아직 뿌리가 있는 채소나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진 못했다. 하지만 딸기와 오이를 수직농장에서 재배하는 것이 다음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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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플렌티는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와 아마존,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등이 참여한 ‘비전펀드’의 첫 투자처로 결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투자 금액은 2억달러(2200억원)로,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적의 농업 생산 기술과 플렌티의 청정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유통비용 최소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 이유를 밝혔다.

 

 

 


땅이 넓은 중국에 수직농장이 필요할까?

플렌티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무엇일까? 땅이 넓은 중국에 ‘공간 효율화’가 강점인 수직 농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플렌티도 공간 효율화보다는 ‘깨끗한 채소’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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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도 안믿는다는 중국 분유

플렌티는 중국의 유기농 식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최근 몇년간 식품 안전 문제를 잇따라 겪어왔다.
‘최악의 사건’은 2008년 있었던 멜라민 분유 파동이다. 중국의 대표 유제품 기업 중 하나인 ‘산루’가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팔았고, 이를 먹은 어린아이 6명이 사망하고, 5만4000명이 입원하는 등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2001~2006년에는 독버섯으로 148명이 죽고 500명 이상이 입원한 사건이 있었고, 2010년 조사에 따르면 후난성의 농지 40%가 오염돼 ‘카드뮴’ 성분이 검출된 쌀이 생산되는 사건도 있었다.

플렌티는 중국 중산층들이 생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채소를 삶아먹거나, 끓여먹거나 아무튼 조리를 해서 섭취했다. 플렌티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중국인들 사이에 ‘생 채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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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의 중산층들은 유기농 식품에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 유기농이 좀 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물론 유기농이 꼭 안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플렌티에 우호적이다. 한창푸 중국 농무부 장관은 최근 발표에서 “농업 정책을 생산량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빠르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농업 생산물의 전반적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농장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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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원 수직농장

한국에서는 수직농장이 공간 효율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서 수직농장을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미래원이 있다. 미래원은 270평(892㎡)의 수직농장을 운영한다.

플렌티처럼 벽면을 활용한 것은 아니고 수평 선반을 활용한 일반적인 수직농장이다. 이곳에선 바질, 양상추, 로메인, 겨자, 시금치 등 50종의 채소를 매일 4000포기씩 생산한다. 270평의 수직농장에서 1만평 비닐하우스 규모의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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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의 수직농장

스타트업 중에선 스마트화분으로 시작해 수직농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엔씽’이 있다. 지난해 덴마크의 한 호텔 체인에서 수출용 컨테이너에 만든 수직농장 두 동을 사갔다고 한다.

수직농장에도 딜레마는 있다. 설비 비용과 전기요금이다. 물과 토양을 쓰지 않는 반면, 상당량의 전기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플렌티의 바나드 CEO도 중국 진출의 어려움으로 “캘리포니아보다 중국의 전기요금이 비싸다는 점”을 꼽았다. 강대현 미래원 부사장도 “수직농장이 설비 업자들의 논리로 전개되면 농업인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