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팜` 선두주자 팜에이트 박종위 사장·강대현 부사장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팜에이트는 해외에서 첨단설비를 도입할 때 단순 수입이 아닌 한국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과거 평당 2000만원 수준이었던 수직농장 설치비를 400만원 이하로 절감해 새로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비농업인 출신이면서도 우리나라 미래 농산업을 이끌고 있는 팜에이트의 박종위 사장과 강대현 부사장을 만났다.
―둘 다 농업 전공자가 아니다. 원래 무슨 일을 했나.
▷박 사장=공대를 졸업하고 자동차 전장품 제조회사인 동양기전(현 디와이)에서 근무했다. 회사가 새롭게 화훼(식물재배) 쪽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신규사업팀장을 맡아 시장조사를 하고 다녔다. 그런 와중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져서 신규 사업을 접었다. 그때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농업 분야에 남았다.
▷강 부사장=대학 졸업 후 삼성생명 마케팅팀에서 근무했고, 2005년 새싹채소 직접 생산을 위해 재배공장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던 박 사장을 투자 논의차 만나게 됐다. 새싹채소를 키우는 농장을 보게 됐는데 야채가 실내 공간에서 자라나 5일 만에 수확해 판매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같이 해보고 싶어서 합류하게 됐다. 투자는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15억원을 받았다. 투자금으로 안성에 약 500㎡(150평) 규모 새싹채소 재배공장을 지었고, 기계는 미국에서 대당 2200만원에 10대를 들여왔다. 이것이 팜에이트(옛 미래원)의 시작이다.
―새싹채소 재배에서 스마트팜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 사장=새싹채소의 인기 정점이 2006년이었다. 이후에는 시장 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게 됐고 그러던 중 수직농장을 생각하게 됐다. 안정적으로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실내재배 기술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당시 일본 도쿄에 수직농장 분야 최대 업체였던 ‘미라이’라는 기업을 보러 갔다. 미라이는 우리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우리 비전을 보고 결국 설비를 판매했다.
처음에는 그대로 써봤는데 작물이 정상적으로 재배되지 않았고, 수개월에 걸쳐 미라이의 수직농장을 개선해 우리 환경에 맞게 고쳤다. 한국의 수돗물 염소 수치가 일본과 달랐고, 전압도 달랐던 게 문제였다. 온도·습도, 물 관리, 종자 관리, 포장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수직농장을 위한 매뉴얼도 만들었다.
―미라이에서 농장을 수입한 지 10여 년 만에 수출을 하게 됐다.
▷강 부사장=일본 현실에 맞는 기계 개발을 작년 12월에 마쳤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일본에 소형 수직농 20대를 대당 2000만원에 수출하기로 했다. 다른 계약도 추진 중이다. 컨테이너형 수직농장도 올해 안에 미국에 1대, 네덜란드에 1대, 중동에 6대 수출할 예정이다. 컨테이너 수직농장의 대당 가격은 1억8000만원이다.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서도 문의가 많이 온다. 일본에 상장된 한 샐러드 기업으로부터 우리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해외 투자 제안도 들어왔다.
―스마트팜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박 사장=수급 안정성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영향을 받지 않기에 가격 폭등 등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미세먼지나 농약 없이 친환경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직농장에서는 토양 오염 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성장 조건에 필요한 온도·습도, 이산화탄소, 각종 영양소 등 모든 것을 최적의 조건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친환경 채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채소를 수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팜에이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 부사장=기계설비장치 회사가 아닌 농업법인이라는 게 경쟁력이다. 사업의 무게중심이 플랜트가 아닌 채소 재배에 가 있다는 뜻이다.
―수직농장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는 규제는 없나.
▷강 부사장=스마트농업 기술은 앞서가는데 제도적인 뒷받침은 좀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수직농장을 지으려면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토지다. 그렇기 때문에 땅값이 싼 절대농지를 선호하는데, 문제는 절대농지는 농사만 짓게 돼 있어 수직농장을 하려면 형질변경을 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최소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고, 개발 부담금도 들어간다. 일정 면적이 되면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수직농장을 해보려 해도 초기 부담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버섯 재배는 가능하다고 하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스마트팜과 수직농장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규제다.
―그런 규제가 스마트팜 발전을 막는 요인인가.
▷강 부사장=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설비를 싸고 좋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재배 노하우가 중요하다. 재배 노하우는 아직 우리가 앞서지만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기 전에 다른 부분에서도 앞서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종자 기업인 엔자자덴이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최상위급으로 평가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 엔자자덴이 수직농장 전용 종자 개발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종자 기업이 팜에이트를 찾아온 적은 없다.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야채를 알리기 위한 흥미로운 작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강 부사장=을지로2가·충정로·답십리·상도·천왕 등 5개 지하철역에 최대 100평 규모의 수직농장을 짓는다. 3월 말 답십리역, 4월 말 상도역 농장이 완공된다. 지하철역에서 농장 내부와 지하철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게 될 것이다. 체험견학과 팜카페도 만든다. 수익보다는 마케팅 차원의 사업이다.
―스마트팜 발전으로 기존 농가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나.
▷박 사장=우리는 미국·유럽형 샐러드용 채소인 엽채류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다. 일반 농가에서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이 아니다. 따라서 기존 농가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스마트팜에 특화된 작물 재배를 통해 기존 농가에도 새로운 농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샐러드채소 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 버려진 공간을 스마트팜 환경으로 변화시켜 농업을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 농업이 대도시에 가까운 생활밀착형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소비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도심에서도 작물 재배에 대한 교육과 소비, 더 나아가 관련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강 부사장=평택공장을 증축할 예정이다. 5월에 완공되면 엽채소만 하루 평균 1t 정도 생산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스마트팜 플랜트 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고, 세계 최초로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 이전까지의 과정을 자동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을 만들었다. 또 가전 형태의 소형 제품인 파밀로(Farmillo)를 개발했다. 파밀로를 대여해주는 비즈니스도 검토 중이다.
▶▶박종위 사장은…
△1966년 출생 △고려대 금속공학과 △동양기전 신규사업팀장 △한국새순협회 부회장 △팜에이트 대표이사 사장
▶▶강대현 부사장은…
△1969년 출생 △고려대 언어학과 △삼성생명 마케팅팀 △한경대 식물생명공학 석사 △한국스마트팜협회 이사 △팜에이트 부사장 △미래원엘름 대표이사 사장
[평택 = 민승규 교수 / 이유섭 기자]
민승규 교수 / 이유섭 기자, 출처 : 매일경제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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